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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부산행> 리뷰 : 좀비 아포칼립스 속 인간성의 시험대

by 박유익 2025. 3. 5.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지평

영화 <부산행>(2016)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좀비 영화로, 단순한 공포 스릴러를 넘어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존 할리우드 좀비 영화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감염과 생존기를 다뤘다면, <부산행>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극한 상황 속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특히, 빠르게 전개되는 긴박한 스토리와 감정적인 드라마가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석우(공유)는 딸 수안(김수안)과 함께 KTX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도중, 예상치 못한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에 휘말린다. 제한된 공간에서 점점 늘어나는 좀비 떼와 맞서 싸우며, 생존자들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한 좀비 영화의 공식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계층, 이기심과 연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부산행>은 빠른 좀비 개념을 적극 활용해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감성적인 스토리라인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1,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좀비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극한 상황 속 인간의 본성

이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좀비보다 인간의 이기심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는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부산행>에서는 좀비보다 위기의 순간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더욱 공포스럽게 그려진다.

대표적인 예는 생존자들 간의 대립이다. 초반부에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좀비들과 맞서지만, 위기 상황이 심화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잔혹해진다.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는 KTX 열차 내 특정 칸에 있던 생존자들이 새로운 생존자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장면이다.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모습은 영화가 단순한 공포물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반면, 이러한 이기심과 대비되는 희생과 연대의 모습도 존재한다. 청년 야구선수 영국(최우식)과 그의 연인 진희(안소희), 노부부 중 한 명인 종길(김의성)의 동생 인길(예수정), 그리고 건장한 청년 상화(마동석)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들이다. 특히 상화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좀비들과 싸우고, 결국 아내 성경(정유미)과 태어날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 이런 희생적인 행동들은 인간 본성의 선한 면을 조명하며 감동을 더한다.

결국, 영화는 단순한 생존 스릴러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도덕성과 윤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기능한다.

스릴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부산행>은 빠른 전개와 긴박한 액션을 중심으로 한 서스펜스 영화이지만, 동시에 감성적인 드라마 요소도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특히 석우와 딸 수안의 관계 변화는 영화의 가장 큰 감정적 축을 이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초반부에서 석우는 이기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바쁜 업무로 인해 딸의 생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심지어 KTX에서 타인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생존 과정에서 점점 변화하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딸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데, 이 장면은 단순한 공포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깊은 감정적 울림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영화의 감성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요소로 음악과 연출 기법을 들 수 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긴장감을 높이면서도 감동적인 순간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마지막에 수안이 아버지를 부르며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슬픔을 배가시킨다. 또한, 촬영 기법 역시 제한된 공간에서 긴박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좁은 기차 칸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클로즈업과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통해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영화는 강렬한 스릴과 감성적인 스토리를 균형 있게 조화시켜, 단순한 좀비 영화를 넘어선 깊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장르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작

<부산행>은 좀비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 이기심과 연대, 배척과 희생이 대비되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변화 – 석우가 무관심한 아버지에서 헌신적인 아버지로 변화하는 과정은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이다.

사회적 계층과 집단 심리 –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은 현실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군중심리와 배타성을 상징한다.

결국, <부산행>은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감성과 긴장감을 조화롭게 결합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좀비 영화의 성공 사례로서, 향후 한국 영화계에서 더욱 다양한 장르 실험이 가능함을 증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